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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 "구매자여 깨어있으라", 이것만으로 충분한가?..._무등일보

작성자 : 청년13통장 허멘토

등록일 : 2022-05-18 11:26:03

조회수 : 725

 

지난 주말, 청년금융복지지원센터의 청년 커뮤니티 모임인 '청년13(일+삶)창작소' 청년 작가들과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긍정적인 작당모의를 하기 위해 모였다. 돈이 모든 것이 되어버린 것 같은 세상, 자력으로 부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우리 보통 청년들, 소비주의 사회의 모순을 깨닫고 물질주의에서의 해방을 꿈꾸는 보통 청년들의 자각의 표현방식을 고민하며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 요즘 핫이슈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현실을 대입시키며, 각자의 생각들이 테이블 위로 툭툭 던져졌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서울에 직장을 둔 경기도민인 삼남매는 매일같이 퇴근을 함께한다. 형제간 우애가 좋아서가 아니라 귀가 택시비를 3분의 1로 비용절감하기 위한 자구책 때문이다. 여자친구와 벌이는 마지막 이별전쟁의 치열함 중 귀가를 함께해야 하는 형제들의 독촉전화에 쫓기는 상황이 전개된다. 집은 멀고, 차도 없다. 그렇다.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연애수단도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차가 없는 염창희는 헤어졌고, 트럭이지만 차가 있는 구씨는 염미정과 연애를 시작했다.

 

씽크대 사업장을 운영하며, 주말에는 농사까지 짓는 삼남매의 부모님은 근면성실의 아이콘 같다. 물론 빚보증을 잘못 섰던 과오가 있지만, 열심히 산 덕에 삼남매 바르게 키워내고 집과 사업장을 지켜낸 아버지는 차가 필수품으로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현금없이 차 구매를 허용하지 않는다. 할부 구매가 당연한 아들과 대비해 자본에 대한 세대갈등이 나타난다. 귀가시간을 맞춰야 하는 까닭에 한 번도 제대로 회사 모임에 참여할 수 없는 염미정은 무리에 끼지 못하는 어색한 구성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출받아 선배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나, 되려 큰소리치는 선배로 인해 가족 몰래 독촉장을 숨겨놓고 신용불량 위기에 숨죽여 우는 염미정을 구씨는 답답해 한다. 관계가 더 소중해 싫은 소리 한마디 하기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잔인하기만 한 현실은 그녀를 한없이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가는 듯 하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결국 모든 것이 되어버린 돈. 그럼에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며, 묵묵히 버텨내고 있는 보통사람들이 겪는 이야기. 보는 내내 힘들고 불편했던 건 해도 너무한 '현실 그 자체'라는 것.

 

그런 염미정이 갑자기 구씨에게 "나를 추앙해요. 사랑으론 부족해. 나를 추앙해요."라고 외치며, 상대를 당황케 하고, 거부하는 상대에게 "내가 추앙해줄까요?"라며 역할을 바꾼다. "추앙하다 (推仰하다)"는 국어사전에서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다'. 영어로는 respect인데 이렇게 겪으니 충격이 크다. 추앙의 대상은 '신(GOD)' 또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돈(MONEY)'정도는 되어야 치환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대상 아니었던가! 자신을 추앙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도 놀라운데 평생 한 번도 채워진 적 없었다는 염미정은 오히려 상대를 채워주겠다는 역발상을 실천에 옮긴다. 이 시대 염미정(청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욱 커졌던 순간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염미정들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자기개발, 자기긍정과 같이 모든 것의 원인과 결과를 개인의 노오~~력과 선의에만 기대는 기존의 해결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이든 금융사기는 인간의 욕망을 기반으로 형식과 모양을 바꾸며 존재해 왔다. 어차피 없앨 수 없는 것이라면, 최대한 방어하고 나를 지켜낼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암호화폐에 부정, 사기, 남용이 만연되지 않도록 투명성과 공정성을 실천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이는, 반사적 규제는 지양하고 진정한 경제성장과 자본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뛰기 전에 걸을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고통의 시간을 예방하고 견뎌낼 수 있도록 가치와 자긍심을 갖게 하는 내용이 청년정책에 포함되고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우리는 노력이 보상받는 사회, 도덕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회복해 가야 한다. 자신이 노력하는 것보다 낮은 처우를 받으면 부패에, 노력하는 것에 비해 큰 보상을 받는 것은 금융사기 등에 연루되기 쉽다. 사실이라기엔 너무 좋은 것은 잘못된 것이기 쉽다는 것을 가르치고, 희망이 될 수 있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품격있는 사회, 존경과 존중이 배어나는 사회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나와 당신, 우리 모두를 추앙할 줄 아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그런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구문정 (청년금융복지지원센터장/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원본출처:http://www.mdilbo.com/detail/AjBTxA/669617